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와 함께 만났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 좋은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기차를 타고 센트럴 역으로 갔다. 메트로로 갈아타고 바랑가루로
가려고 메트로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역의 크기에 놀랐다. 메트로 타는 일은
처음이라 더 신기했던 거 같다. 진짜 시드니에 처음 방문한 관광객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고 혼자 감탄하게 됐다.
한국의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의 메트로는 배차 간격이 짧고 빠르게 운행돼서
센트럴에서 바랑가루까지 6분이면 도착했다. 친구랑 같이 메트로 타고 바랑가루에서
내렸다.
아침 시작은 따뜻한 커피 한잔이랑 사워도우 토스트 한 조각씩 나눠 먹었다.
다이어트한다고 친구들도 안 만나고 집에 있다가 두 달 만에 만난 친구와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서 반가웠다. 맛있는 커피와 친절한 카페 직원, 한쪽에서는
마라톤 준비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브런치 먹는 사람들,,
여유로운 주말 아침 풍경이다.
서로의 근황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길 따라 걷기로 했다. 바랑가루 길따라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경치도 보고 따스한 햇살도 즐기고 내가 사는 곳이지만 여행온 기분으로
즐겼다. 사느라 바빠 시티에 나와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은데
일요일 하루만큼은 내 기분과 장소 함께 있는 친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인가 해야 될 일들에 치여 마음이 바쁘지 않고 할 일들 생각하느라 머릿속은
늘 바쁘게 돌아가는데 이날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모든 순간들을 즐겼다.
내가 욕심내고 아등바등해도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단순하다.
맛있는 커피 한잔, 파란 하늘, 푸르른 바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인데
왜 그렇게 애를 쓰면서 살고 있을까? 조금 더 편하게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면서
오늘을 기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한참을 걷고 났더니 꽤나 더웠다. 왁스 쪽에 펍에 들어가 시원한 생맥주
두 잔을 시키고 웨지스를 안주로 시켰다. 가볍게 목만 축이려고 했는데 양이 많은 웨지스
덕에 맥주를 두 잔이나 마시게 됐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다이어트하는 동안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생맥주, 좋아하는 친구까지 함께 해주니 더 좋았다.
대낮에 시티에서 마시는 맥주,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지만 안 마시다가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를 만큼 취기가 올라온다.
웃고 떠들고 주말 락스 마켓 구경도 하면서 또 걷는다. 계획 없이 걷다고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잠깐 쉬고 수다 떨고 또 걷다가 잠시 쉬 고를 반복하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하루는 참 좋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 종일 먹은 거 같은데도 아직 점심은 안 먹었다면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 가끔 가던 일본 라멘집이 생각나서 그곳으로 향했다.
웨이팅도 없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앉으라고 한다. 맞은편에 앉은
이들이 한국 사람들이라 더 민망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사히 생맥주가 있어 밥 먹으면서 한잔 더 시켰다. 라멘은 예전에는 참 맛있었는데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식당 맛이 변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하게 느껴졌다.
배가 너무 불러서 라멘을 먹고 센트럴까지 또 걸었다. 패디스 마켓도 잠시 둘러보고
달링하버 골목도 잠깐씩 둘러보고 관광객처럼 즐겼더니 색다른 시티다.
친구랑 둘이서 너무 재미있다면서 다음에도 또 시티 나들이 하자는 약속을 하며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도 이야기해본다.
오후가 되니 슬슬 추워진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디저트 커피를 한잔 더 마신다.
케이크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케이크도 한 조각 샀다. 무게를 재서 케이크 가격을
매기는 카페 좀 신기했다.
가을과 겨울 사이 단풍이 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에 시선을 잠시 뺏기고
풍경을 그림처럼 감상했다.
하루 종일 함께 했는데도 할 말이 남았는지 이어지는 우리들의 대화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정말 즐거운 거 같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집에 오니 저녁 6시가 다 되어간다. 이만보를 걷고
또 그만큼 먹고 즐겼던 시간이다. 센트럴에서 시작해서 바랑가루, 오페라 하우스,
락스, 달링하버, 센트럴로 마무리 한 하루
알차게 재미있게 잘 보낸 하루이다.
가끔씩 이런 시간들이 꼭 필요한 거 같다. 관광객처럼 주말 시드니 시티 즐기기
많은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다녀서 더 즐거웠던 거 같다.
하루의 끝에서 작은 내 행복들을 지키면서 현재의 즐거움들도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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